검진 결과지에 공복혈당 94mg/dL, 당화혈색소 5.9%가 나란히 찍혀 있다면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요. 공복혈당만 보면 정상인데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전단계입니다. 두 검사는 서로 다른 것을 재기 때문에 이렇게 엇갈리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당화혈색소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 알면 두 숫자를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적혈구 안의 혈색소(헤모글로빈)에는 핏속의 포도당이 조금씩 들러붙습니다. 혈당이 높은 날이 많을수록 포도당이 붙은 혈색소, 곧 당화혈색소의 비율이 올라갑니다. 적혈구는 약 120일을 살고 새것으로 바뀌므로, 이 비율은 적혈구가 사는 동안 겪은 혈당을 쌓아 둔 기록이 됩니다.
다만 120일이 똑같은 무게로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적혈구가 계속 사라지기 때문에 최근 한 달의 혈당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그 전 두세 달이 나머지 절반을 채운다고 봅니다. 그래서 흔히 "최근 2~3개월 평균"이라고 부르고, 식습관을 바꾼 효과도 3개월쯤 지나야 온전히 드러납니다. 한 달 만에 다시 재면 변화가 덜 보이는 것이 정상입니다.
검사 전날 무엇을 먹었는지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굶지 않고 재도 됩니다. 이것이 그날 아침의 상태를 재는 공복혈당과 가장 크게 다른 점입니다.
| 당화혈색소 | 판정 (대한당뇨병학회 2023) |
|---|---|
| 5.7% 미만 | 정상 |
| 5.7~6.4% | 당뇨병 전단계 |
| 6.5% 이상 | 당뇨병 범위 |
퍼센트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으니 혈당 단위로 바꿔 보면 도움이 됩니다. 국제 공동 연구인 ADAG(2008)는 507명의 혈당을 석 달 동안 연속혈당측정기와 손끝 채혈로 재서 당화혈색소와 평균 혈당의 관계를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추정 평균 혈당(mg/dL) = 28.7 × 당화혈색소(%) − 46.7입니다.
| 당화혈색소 | 추정 평균 혈당 |
|---|---|
| 5.5% | 약 111mg/dL |
| 5.7% | 약 117mg/dL |
| 6.0% | 약 126mg/dL |
| 6.5% | 약 140mg/dL |
| 7.0% | 약 154mg/dL |
| 7.5% | 약 169mg/dL |
| 8.0% | 약 183mg/dL |
이 평균은 공복·식후·밤 시간을 모두 합친 값이라 공복혈당과 바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5.7%의 117은 "공복혈당이 117"이라는 뜻이 아니라, 식후에 오르는 부분까지 섞은 하루 평균이 그 정도라는 뜻입니다. 사람마다 편차도 큽니다. 같은 연구에서 당화혈색소 7%인 사람들의 실제 평균 혈당은 대략 123~185mg/dL에 퍼져 있었습니다(95% 범위).
공복혈당은 아침 한 시점의 값이고, 당화혈색소는 식후 혈당까지 담은 누적 값입니다. 그래서 두 숫자가 서로 다른 구간에 걸리는 일이 흔합니다.
처음의 예로 돌아가 보면, 당화혈색소 5.9%의 추정 평균 혈당은 약 123mg/dL입니다. 공복혈당이 94인데 하루 평균이 그보다 30 가까이 높다면, 식사 뒤에 혈당이 오르는 몫이 적지 않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개인차가 커서 단정할 수는 없으니 식후 2시간 혈당을 재 보면 도움이 됩니다. 140mg/dL 미만이면 정상이고, 140~199는 내당능장애로 역시 당뇨병 전단계에 속합니다.
둘 중 하나만 전단계 구간이어도 당뇨병 전단계로 봅니다. 당뇨병 진단은 한 번의 수치로 하지 않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기준을 넘은 검사가 하나뿐이면 다른 날 다시 검사해 확인하고, 한 번의 검사에서 공복혈당(126 이상)과 당화혈색소(6.5% 이상)가 함께 기준을 넘으면 바로 진단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가 평소대로 120일쯤 산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검사입니다. 적혈구의 수명이나 양이 달라지면 혈당과 상관없이 숫자가 움직입니다.
미국당뇨병학회 진료기준도 이런 상황에서는 당화혈색소 대신 혈당 검사로 당뇨병을 진단하라고 권합니다. 빈혈 진단을 받았거나 신장 질환이 있거나 임신 중이라면 당화혈색소 하나로 판단하지 말고, 진료 때 이 사정을 꼭 알리세요.
공복혈당의 구간은 공복혈당 수치표에서 확인할 수 있고, 결과지의 혈압·콜레스테롤과 함께 한 번에 보려면 건강검진 결과 해석에 당화혈색소까지 넣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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